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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밤 데몬헌터스 리뷰 – B급 액션의 진수

by nuar_insight 2025. 7. 17.

2024년작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는 크리스마스 이브, 악마 사냥꾼 신부들의 피 튀기는 액션을 담은 B급 판타지 호러 액션물이다. 영화 덕후 시선으로 본 이 작품의 매력은 어디까지일까? 무겁고 진지한 악마 퇴치물이 아닌, 유쾌한 블랙코미디 액션의 진면목! 

영화 거룩한밤 데몬 헌터스 포스터

1. 신부님들이 이렇게 싸워도 되나요? – B급 감성의 찐 재미

처음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라는 제목을 봤을 땐, 솔직히 ‘무슨 종교 드라마인가?’ 싶은 느낌이 강했다. 하지만 예고편을 보는 순간 단박에 알게 된다. 이건 그런 영화가 아니다. 이 영화는 철저하게 B급 장르에 충실한 악마 사냥 액션 영화다. 피 튀기고, 총 쏘고, 퇴마도 하고, 농담도 튀긴다. 그것도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주인공은 사제복을 입은 두 신부다. 악마를 사냥하기 위해 로마 교황청 소속 '비밀 조직'의 에이전트로 파견된 전직 군인 출신 퇴마사, 그리고 언변과 지식은 뛰어나지만 실제 싸움은 젬병인 학자형 신부. 이 둘은 일견 전형적인 콤비물 구조를 따른다. 하나는 행동파, 하나는 이론가.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전형을 '의식적으로' 끌고 가며 패러디와 블랙코미디로 풀어낸다.

특히 재미있는 건, 영화가 종교적 권위를 무겁게 다루기보다 통쾌한 퇴마 코미디로 풀어낸다는 점이다. 신부들이 뱀파이어를 때려잡고, 은총탄으로 악마를 쏴 죽이며, 라틴어를 외치고 고해성사실에서 총질을 하는 그 순간들. 이 영화는 진지함보다는 “놀자, 재밌자”는 B급 정서에 철저히 충실하다.

덕후 입장에서 주목해야 할 포인트는 이 영화가 마치 <블레이드>, <헬보이>, <킹스맨> 같은 장르물들을 오마주하면서도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하려는 노력이다. 미장센은 진지한 듯 보이지만, 상황은 황당하고 웃긴 설정들 투성이. 어떤 장면에서는 무협영화를 연상시키는 슬로모션, 어떤 장면에서는 뮤직비디오 같은 편집도 튀어나온다. 말하자면 이 영화는, 장르의 뒤죽박죽을 의도한 엔터테인먼트용 종합선물세트다.

2. B급이지만 허술하지 않은 연출 – 세트, 음악, 템포의 완성도

우리가 흔히 B급 영화라고 하면 낮은 예산, 조악한 연출, 말도 안 되는 설정을 떠올리기 쉽다. 그런데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는 확실히 다르다. 예산은 한정적일 수 있으나, 연출만큼은 치밀하다.

먼저 미술과 세트는 꽤 인상적이다. 고딕풍 성당 내부, 비밀 조직 본부의 차가운 메탈릭 공간, 그리고 이교도 악마 숭배자들의 의식을 진행하는 지하의 기괴한 던전까지. 세트 하나하나가 '직접 제작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현실감 있게 구성되어 있다.

음악도 이 영화를 돋보이게 한다. 전통적인 그레고리오 성가에서 시작해, 록, 전자음악, 때론 성탄 캐럴까지 믹스되며, 각각의 전투 장면마다 독특한 리듬감을 부여한다. 특히 신부들이 총을 들고 악마와 싸울 때 흘러나오는 EDM 트랙은, 이 영화가 얼마나 장르를 장난스럽게 해석하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가장 중요한 건 연출의 템포감이다. 영화는 100분 남짓한 러닝타임 동안 지루할 틈 없이 사건을 몰아붙인다. 초반엔 인물 소개, 중반엔 사건 발단, 후반부는 악마와의 결전. 이 구조가 전형적이긴 하나, 편집과 리듬이 경쾌하게 잘 맞아떨어져서, “시간 순삭형” 작품이라 부를 수 있다.

연출은 전반적으로 과장되어 있지만, 그 과장이 의도된 유머로 작동하기 때문에 부담스럽지 않다. 오히려 관객이 알아서 ‘이건 진지하게 보면 안 돼’라는 걸 이해하게 만든다. 덕후로서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그것이다. 자신이 무엇을 하려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는 점.

3. 거룩함과 폭력이 공존하는 시대적 풍자

단순히 유쾌한 액션 영화로만 볼 수 없는 이유는, 이 영화가 종교적 기호와 현대 사회의 불안정한 윤리감각을 블랙코미디로 비튼다는 점에 있다.

예를 들어, 영화 초반엔 부패한 주교가 등장한다. 그는 '신의 뜻'을 말하지만, 사실은 정치적 이해관계 속에서 조직을 움직이는 인물이다. 이 설정은 실존하는 교회 권력 구조에 대한 풍자일 뿐 아니라, 현대 사회의 위선적인 도덕 기준에 대한 반감을 담고 있다.

또한 신부들이 악마를 사냥할 때 사용하는 무기들은 고전 종교 아이템(성수, 묵주, 십자가 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하이브리드 무기다. ‘믿음’이란 이름의 권총, ‘참회’라는 이름의 수류탄 등은 종교적 상징성과 폭력성을 교묘하게 엮는다. 이건 단순한 농담이 아니라, “도덕과 폭력은 함께 갈 수 있는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유쾌하게 비튼 장면이기도 하다.

라스트씬 역시 인상 깊다. 대악마를 물리친 후, 신부 둘은 “정의는 이긴다”라고 외치지 않는다. 그저 피 묻은 손으로 성수를 닦으며 말한다. “또 다른 밤이 오겠지.” 이건 매우 쿨한 엔딩이자, 이 영화가 정의나 승리에 집착하지 않고, 혼돈 속 질서를 유지하는 ‘헌터’라는 존재에 집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매력적인 포인트는, 진지함을 가장한 코미디, 혹은 코미디를 빙자한 사회 비판이라는 점이다. 여러 레이어의 메시지가 쌓여 있음에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는 분명 한 번쯤 즐겨야 할 B급 명작이다.

✅ 총평 – 유쾌한 폭력, 철학적 농담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는 단순한 악마 퇴치물이 아니다. 그것은 종교, 사회, 윤리, 그리고 장르 클리셰를 뒤섞어 블렌딩한 B급 오마주이자, 매우 독특한 시선의 블랙 액션 코미디다.

  •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한 악마 사냥이라는 신선한 설정
  • 종교 상징을 유쾌하게 전복하는 감각
  • 빠른 전개, 완성도 높은 연출, 장르적 유희
  • 단순한 오락 이상의 ‘의미’를 가진 이야기 구조

영화 덕후라면 이 영화는 ‘필견작’이다. <블레이드>, <콘스탄틴>, <킹스맨> 좋아하는 팬이라면 분명하게 꽂힐 포인트가 많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영화는 우리에게 이렇게 묻는다.
“정의란 무엇인가? 믿음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신부님, 총 좀 천천히 쏘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