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기묘한 이야기5 – 성장과 종말의 균열

by nuar_insight 2025. 8. 2.

‘기묘한 이야기 시즌5’는 미스터리와 감정을 집대성한 시리즈의 정점으로, 드디어 진짜 끝을 향해 달려간다.

기묘한이야기 시즌5 포스터

1. 초월적 대립, 베크나와 마지막 전장

‘기묘한 이야기 시즌5’는 단순히 시즌 마지막이 아니라, 이 세계 전체의 종말이 걸린 결말이다. 시즌4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여준 베크나(Vecna)는 여전히 핵심 악역으로 군림하며, 호킨스는 그 어느 때보다도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 놓인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시즌5가 전작들의 스케일을 넘어서며 단순한 ‘마을’의 이야기를 넘어섰다는 점이다. 호킨스는 하나의 공간이자 감정의 중심이며, 현실과 이면세계의 균열이 가장 명확히 드러나는 무대다.

이번 시즌에서 베크나는 단순한 괴물이 아닌, 이 세계의 감정적 균열을 증폭시키는 존재로 묘사된다. 단지 초능력자의 적이라는 단계를 넘어, 캐릭터들의 상처와 과거, 죄책감을 공격하는 방식은 이 시리즈가 단순한 호러나 SF가 아니라는 걸 다시금 상기시킨다.

결국 이 시즌은 ‘싸움’이 아니라 ‘화해와 자기 극복’의 서사에 가깝다. 엘(일레븐)의 능력도 더 이상 물리적 초능력만이 아닌, 감정과의 연결성을 기반으로 확장된다. 베크나와의 대결은 육체적 충돌이 아닌, 과거와의 화해, 상실의 수용, 그리고 사랑의 기억을 매개로 이루어진다.

특히 후반부의 드라마적 텐션은 시즌5가 전작들보다 훨씬 성숙하고, 진화된 감정선 위에 서 있다는 증거다. 이건 단순한 시즌 파이널이 아닌, 한 세대의 성장 이야기의 대미다.

2. 성장과 상실, 캐릭터 아크의 완성

‘기묘한 이야기’는 원래부터 ‘어린 시절의 끝’을 그리는 이야기였다. 80년대 레트로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그 안에 담긴 핵심은 언제나 성장, 이별, 상실, 그리고 우정이었다. 시즌5에서는 이 모든 테마가 가장 극적으로, 그리고 집약적으로 다뤄진다.

우선 마이크, 윌, 더스틴, 루카스, 맥스 등 주축 아이들이 더 이상 ‘아이’가 아니다. 그들은 진짜로 어른이 되어간다. 특히 윌의 서사는 시즌5에서 가장 눈물겹다. 시즌1에서 시작된 윌의 고통은 단순히 초능력적 현상의 피해자가 아니라, 정체성과 감정, 존재의 소외감에 대한 장기적 내면 서사로 완성된다.

엘과의 관계 역시 성장의 핵심이다. 엘은 여전히 강하지만, 이젠 힘보다도 감정을 통해 세상을 구하고자 하는 존재가 된다. 그녀의 변화는 슈퍼히어로 장르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기도 하다. 강함이란 무엇인가? 누군가를 지킨다는 것은 어떤 감정의 무게인가? 시즌5는 이 질문을 던진다.

또한, 조이스와 호퍼의 관계는 팬들을 위한 오랜 보상이다. 두 사람의 서사는 멜로적 감정을 넘어서 삶의 선택, 책임, 가족이라는 더 큰 주제로 확장된다. 시즌5는 결국 모든 캐릭터의 아크를 정리하고 마무리 짓는 자리이며, 성장이란 고통과 손실을 동반한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한다.

그리고 이 모든 캐릭터의 변화는 호킨스라는 공간 안에서, 각각의 트라우마와 함께 ‘끝’을 준비하며 깊어진다. 이 시리즈가 단순히 SF나 공포를 넘어, 정통 성장 드라마로 불릴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3. 마지막 회, 그리고 넷플릭스 장르의 미래

시즌5의 마지막 회는 그야말로 정서적 폭발이다. 단순히 사건의 종결이 아니라, 감정의 정산이 이루어지는 클라이맥스다. 모든 인물이 하나의 장소에서, 하나의 감정으로 연결되고, 장면 하나하나가 과거 시즌에 대한 헌사로 구성된다.

특히 마지막 장면은 시리즈 전체의 핵심 정서였던 ‘기묘함’(strangeness) 그 자체로 돌아간다. 환상과 현실, 이면과 표면, 생과 사의 경계가 무너지는 장면은 이 시리즈가 처음부터 말하고 싶었던 본질, 즉 세상이란 본래 이상하고 낯설며, 그 안에서 우린 이해받고 싶어한다는 주제를 되짚는다.

시리즈 종영 이후 넷플릭스가 이 세계관을 어떤 방식으로 확장할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시즌5는 분명히 하나의 완결점이자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의 정점이었다. 긴 호흡의 이야기, 캐릭터 중심 서사, 레트로 감성, 장르 혼합—이 모든 특징은 ‘기묘한 이야기’를 통해 완성됐다.

이제 우리는 단순히 시리즈의 끝을 본 것이 아니라, 한 시대의 종결을 함께 통과한 것이다. 시즌5는 그 감정을 차분히, 하지만 결코 약하지 않게 전한다.

엘이 말하듯, “기억은 우리를 연결해.” 그 기억 속에서 우리는 ‘기묘한 이야기’를 오래도록 기억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