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원작 영화 중 가장 화끈한 액션을 보여준 2021년판 <모탈 컴뱃>. 무자비한 파이팅, 강력한 캐릭터성과 게임 팬을 위한 디테일이 가득한 이 영화는 단순한 오락을 넘어선 전설적인 헌정이자 도전이다. 영화 덕후 시선으로 본 진짜 매력 포인트는?
1. 게임을 넘어선 충격의 파워 – 원작 존중과 현대적 해석의 결합
2021년 <모탈 컴뱃> 리부트 소식이 들렸을 때, 나는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워낙 충성도 높은 팬층이 있는 게임 원작이기도 하고, 1995년의 모탈컴뱃 실사 영화는 지금도 컬트 클래식으로 회자될 만큼 강한 인상을 남긴 작품이다. 그만큼 이번 영화가 ‘과연 원작을 살릴 수 있을까?’라는 의문은 당연했다.
그런데 막상 영화를 보고 나면, 이 작품은 분명한 방향성을 가지고 접근한 리부트라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다. 일단 감독인 사이먼 맥쿼이드는 초보 감독임에도 원작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모탈 컴뱃> 특유의 폭력성, 캐릭터성, 운명론적 서사를 제대로 살려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영화의 시작 장면이다. 17세기 일본에서 펼쳐지는 한족(Scorpion)과 빙족(Sub-Zero)의 처절한 대결. 이 장면 하나만으로 영화 전체의 분위기와 결을 설명한다. 단순한 게임 오프닝이 아니라, 감정선과 역사, 운명의 반복이라는 테마를 시각적으로 풀어낸 연출이다.
액션뿐 아니라 미장센과 카메라 워크, 슬로모션의 적절한 활용이 격투의 무게감을 극대화시킨다.
무엇보다 반가운 건, 게임 속 상징적인 요소들이 ‘기억용 서비스’로만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파이탈리티(Fatality), 피니쉬 힘(Finish him!), 브루탈 킬 같은 명대사와 연출이 자연스럽게 등장하며, 원작 팬들을 위한 '찐 헌정'으로 기능한다.
게다가 캐릭터 간의 관계 설정, 전투 방식, 그리고 ‘선택된 자의 표식’이라는 세계관 설정이 잘 짜여져 있다. 단순히 싸우기 위해 모인 것이 아니라, 각자의 서사가 얽혀 있으며, 운명에 저항하고자 하는 의지가 핵심 축으로 자리잡는다. 이 점이 단순한 게임 팬 서비스를 넘어서, 장르 영화로서도 완성도를 갖추고 있다는 증거다.
2. 피 튀기는 격투씬, 그 디테일의 승리 – 무자비한 액션이 관객을 사로잡다
<모탈 컴뱃>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단연코 ‘격투씬의 설계’다. 요즘 액션 영화들이 CG에 의존하거나 와이어 액션 중심으로 흐르는데, 이 영화는 철저하게 육체적 충돌의 리얼리티를 강조한다.
스콜피온과 서브제로의 액션은 물론, 쿵 라오, 잭스, 케이지 등 주요 캐릭터들의 전투는 각각의 스타일이 살아있다. 예를 들어 쿵 라오의 전투 스타일은 날렵한 몸놀림과 회전 기술 위주로 구성되어 있고, 잭스는 기계 팔을 활용한 강력한 타격형 전투로 그려진다.
특히 쿵 라오의 ‘모자 킬’ 씬은 아마 많은 관객들이 극장에서 탄성을 질렀을 명장면이다. 이 장면은 단순한 고어적 표현이 아니라, 모탈 컴뱃이라는 게임이 보여주려 했던 잔혹성과 예술성의 경계를 영화적으로 잘 구현해낸 예다.
또한 잭스의 팔이 뜯기고 다시 강화형으로 부활하는 장면, 소냐 블레이드가 자신의 ‘표식’을 얻기 위한 과정 등은 전투 자체의 연출을 넘어서 캐릭터의 성장과 결단을 의미 있게 다룬다.
그 어떤 전투도 '싸움 자체'만으로 존재하지 않고, 인물의 내면이나 배경, 목표와 엮여 있다는 점에서 이 영화의 액션은 단순한 볼거리 그 이상이다.
물론 피와 살점이 튀는 수준의 폭력성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하지만 <모탈 컴뱃>이라는 작품 특성상 이런 폭력성은 오히려 브랜드의 정체성이자, 영화가 ‘안전한 PG-13’이 아니라는 선언처럼 느껴진다.
이건 덕후로서 너무 고마운 지점이다. 팬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3. 새로운 캐릭터 ‘콜’의 딜레마와 서브플롯의 아쉬움
이번 영화에서 가장 논쟁이 된 건, 아마도 원작에 없는 ‘콜 영’이라는 새로운 캐릭터의 등장일 것이다. 원작 팬 입장에서는 ‘왜 굳이 오리지널 캐릭터를 만들었을까?’라는 반발심이 생길 수도 있다.
콜은 스콜피온의 후손이라는 설정으로 등장한다. 그는 초반부엔 몰락한 종합격투기 선수로 나오지만, 점차 자신의 혈통과 힘을 깨닫고 전사로 거듭난다. 문제는 이 캐릭터의 매력도와 연기력, 그리고 개연성이 다소 약하다는 것이다.
그의 능력인 ‘아르카나’ 역시 마블 히어로 영화처럼 해석되어, 다소 엉성하게 느껴진다. 특히 게임 원작이 갖고 있던 각 캐릭터만의 고유 능력과 상징성에 비해 콜은 다소 평이하고 무색무취하다.
이 점이 영화 전체의 중심축이 흔들리는 원인 중 하나였다.
또한 악당 측인 ‘샹청’과 ‘서브제로’ 외 다른 적 캐릭터들은 존재감이 다소 약하다. 멜리나나 라이고는 디자인은 훌륭하지만, 활약이 짧고 서사도 얕다. 이는 후속작을 위한 빌드업이라는 인상을 주기 때문에, 이 영화 단독으로는 서브플롯의 밀도 부족이 아쉽게 느껴진다.
하지만 반대로 보면, 이 영화는 시리즈의 시작점으로 기능한다. ‘토너먼트 이전의 이야기’라는 설정 하에, 각 캐릭터의 뿌리와 관계를 엮고자 한 시도가 엿보이며, 이를 통해 후속작에서 더 깊은 세계관 확장을 기대하게 만든다.
✅ 총평 – 팬을 위한 ‘진짜’ 격투 헌정 영화
2021년 <모탈 컴뱃>은 단순한 게임 원작 영화가 아니다.
그것은 팬을 위한 피와 땀, 그리고 고통의 헌정이자, 격투 게임 세계관의 시네마틱 구축을 시도한 야심찬 도전이었다.
- 원작 게임의 상징성과 액션 미학의 충실한 재현
- 캐릭터별 개성 있는 전투 구성과 비주얼
- ‘파이탈리티’와 같은 팬서비스의 진정성
- 서사의 구조적 아쉬움과 새로운 캐릭터에 대한 논란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탈 컴뱃>은 확실한 정체성과 강한 비주얼 임팩트로 팬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작품이다.
후속편에서는 보다 밀도 있는 스토리와 더 넓은 캐릭터 구성이 보강된다면, ‘격투 영화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로 성장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격투 게임을 사랑했던 그 시절의 감성과, 지금의 영화적 스케일이 만난 순간.
<모탈 컴뱃>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Finish Him!’을 날려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