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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리나 후기 – 복수와 예술이 만난 순간

by nuar_insight 2025. 7. 2.

2025년 신작 ‘발레리나’, 예술과 복수가 충돌하는 감각적인 액션 드라마! 덕후의 시선으로 뜯어본 발레리나 리뷰. 

 

영화 발레리나 포스터

아름다움 속 폭력, 그 묘한 대비

2025년 영화 ‘발레리나(Ballerina)’는 그 제목만큼이나 인상적인 시각적 충돌을 전면에 내세운 작품입니다. 발레라는 가장 고전적이고 정적인 예술과, 복수라는 가장 본능적이고 격정적인 감정이 한 화면 안에서 조우할 때, 그 충격은 단순히 장르적 재미를 넘어서 미학적인 여운을 남깁니다. 감독은 이번 작품을 통해 ‘우아한 폭력’이라는 새로운 표현 방식을 시도합니다. 이는 단순히 무용수의 움직임을 카메라에 담는 차원을 넘어, 인물의 감정, 서사, 복수의 동기를 움직임 그 자체로 표현하는 구조입니다. 실제로 영화에서 대사는 굉장히 절제되어 있고, 주인공의 행동 하나하나가 서사의 진전 그 자체입니다. 주인공 ‘서윤’은 과거 발레리나였던 친구를 잃은 후, 그 죽음의 진실을 밝히고 복수하는 여정을 떠납니다. 이 여정은 단순히 누군가를 죽이기 위한 분노의 폭주가 아니라, ‘남겨진 자의 애도 방식’에 가깝습니다. 총격전, 도망, 복수의 타겟을 추적하는 과정조차도 하나의 안무처럼 설계되어 있어, 마치 한 편의 현대무용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관객으로서 감탄한 점은, 정적인 아름다움과 동적인 긴장감이 한 화면에 공존한다는 점입니다. 슬로우 모션 속 튀는 피, 조명을 활용한 실루엣 속 전투, 그리고 발레 음악과 총격음이 충돌하는 리듬—이 영화는 ‘장면’을 넘어서 ‘작품’을 보고 있다는 느낌을 줍니다. 이 점에서 기존 복수 영화들과는 확실히 결을 달리합니다.

전종서의 연기, 말보다 강렬한 눈빛

이 영화를 말하면서 전종서라는 배우를 빼놓을 수는 없습니다. 이미 <콜>, <버닝> 등을 통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그녀는 이번 작품에서도 대사보다는 표정과 움직임으로 모든 감정을 전달하는 연기를 보여줍니다. 전종서가 연기한 ‘서윤’은 외적으로는 차분하고 절제되어 있지만, 내면에는 격렬한 복수의 불길이 타오르고 있는 캐릭터입니다. 이런 이중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데 있어, 그녀는 ‘눈빛’ 하나로 충분히 관객을 압도합니다. 특히 중반부 호텔에서의 액션 시퀀스는 단순한 싸움 장면을 넘어선 심리적 클라이맥스로 느껴졌습니다. 친구의 유품을 손에 쥔 채, 차가운 표정으로 적들을 처리하는 그 순간의 감정은 폭발이 아니라 밀도 있는 정적으로 표현됩니다. 또한, 전종서는 캐릭터의 체력적 한계마저도 연기로 설득해냅니다. 단순히 ‘센 여성’이 아니라, 인간적인 고통, 체력적 한계, 감정적 붕괴까지도 디테일하게 보여주며, 관객이 캐릭터에 몰입하도록 끌어당깁니다. ‘발레리나’라는 제목이 단순히 컨셉이 아니라, 캐릭터의 정체성 그 자체가 되는 과정은 전종서의 연기가 만들어낸 마법이라 말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음악과 미장센, 감각의 끝을 찍다

이 영화에서 음악은 단순한 배경이 아닙니다. 극의 감정선과 서사를 이끄는 주체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클래식 발레 음악부터 전자음악, 드론 사운드, 심장 박동 같은 리듬까지—이 모든 것이 각 장면의 감정과 정확하게 맞물리며 시청각적 긴장감을 높입니다. 초반, 친구의 죽음을 알게 된 장면에서 흐르는 발레곡은 오히려 역설적으로 슬픔을 더 깊게 침투시키고, 후반부 총격전에서는 기괴하게 변조된 클래식이 흐르며 불안감을 자극합니다. 또한, 조명과 컬러 톤의 설계는 이 영화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입니다. 어둡고 붉은 색조가 반복되며 감정의 무게감을 극대화하고, 반대로 플래시백 장면에서는 흰색과 금빛 톤을 사용해 과거의 평화로움을 대비적으로 표현합니다. 카메라 워크도 매우 인상적입니다. 고정 숏과 핸드헬드를 오가며 인물의 감정에 따라 리듬을 조절하고, 회전하는 시점숏을 통해 인물의 혼란과 몰입을 극적으로 시각화합니다. 덕후로서 가장 감탄한 점은, 이 영화가 모든 형식적 장치를 ‘감정’ 중심으로 배치했다는 것입니다. 기술적 완성도도 높지만, 그 모든 기술이 ‘감정의 설득력’을 위해 존재합니다. 이건 단순히 잘 만든 액션 영화가 아니라, 하나의 예술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