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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놈2 리뷰 – 카니지와 대결의 쾌감

by nuar_insight 2025. 8. 2.

‘베놈2’는 카니지와의 대결, 시니스터한 유머, 그리고 진화한 브로맨스로 확실한 즐거움을 준다.

영화 베놈2 포스터

1. 진화한 브로맨스, 에디와 베놈의 시너지 폭발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는 전작보다 훨씬 더 확실한 방향성을 가진 영화다. ‘베놈’이라는 독특한 안티히어로가 과연 마블 유니버스에서 어떤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거쳐, 이번 작품에서는 “베놈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곧 장르”라는 결론에 이른 듯하다. 그리고 그 장르의 핵심은 바로 브로맨스 + 코믹 호러 + 히어로 액션이다.

전작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던 에디(톰 하디)와 베놈의 티키타카는 이번 영화에서 완성형으로 진화했다. 그들의 관계는 단순한 공생체 이상의 것, 마치 오래된 부부 같기도 하고, 서로를 갈구하고 투닥대는 친구 같기도 하다. 한 공간 안에 두 개의 의식이 공존한다는 설정은 자칫하면 진지해질 수 있는 소재지만, 《베놈 2》는 이를 유쾌하고 경쾌하게 다룬다.

특히 초반의 일상적인 다툼 장면, 예를 들어 냉장고 안에 뇌가 없다고 토라지는 베놈, 창문을 깨고 나가려는 에디를 막는 장면 등은 유머와 세계관의 합치점을 잘 보여준다. 베놈이 에디의 몸속에서 진심으로 분노하거나, 반대로 삐쳐서 그의 몸에서 나가는 장면은 단순히 웃긴 요소를 넘어서 이 영화만이 표현할 수 있는 정체성을 가진다.

결국 이 영화는 베놈과 에디의 브로맨스 서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액션과 음모는 그들의 관계를 시험하는 장치일 뿐, 영화의 중심은 ‘같이 있는 것이 괴롭지만 떨어질 수는 없는 존재’라는 공생체의 아이러니에 있다. 그걸 통해 영화는 새로운 히어로 서사를 창출하는 데 성공했다.

2. 카니지의 등장, 광기의 대척점

이번 영화에서 가장 큰 변화는 바로 새로운 빌런, 카니지(Carnage)의 등장이다. 만화 팬들에게도 유명한 이 캐릭터는 심비오트 중에서도 가장 사악하고 무자비한 존재로, 베놈과는 완전히 상반된 정체성을 가진다. 인간 호스트인 ‘클리터스 캐서디’는 연쇄살인마이며, 그 안에 기생한 카니지는 무차별적이고 파괴적인 성향을 갖고 있다.

카니지가 등장하는 시점부터 영화는 보다 다크한 색채와 속도감을 더해간다. 감옥 탈출 시퀀스는 CG와 사운드의 콤비네이션이 훌륭했고, 단순한 액션 이상의 초현실적 공포 이미지를 연출해낸다. 카니지의 촉수는 유기적으로 꿈틀거리고, 그의 몸짓은 마치 에일리언처럼 기괴하다. 이러한 연출은 전통적인 마블 영화보다 훨씬 호러에 가까운 감각을 전달한다.

카니지와 베놈의 대립은 단순한 ‘힘 대 힘’이 아니라, 혼돈 대 질서, 파괴 대 통제, 광기 대 이성의 충돌로 읽힌다. 베놈도 완벽히 정의로운 존재는 아니지만, 최소한의 윤리와 공생의 태도를 갖고 있다. 반면, 카니지는 모든 것을 부정하고 불태우며, 관계라는 개념조차 부정한다. 이들의 마지막 격돌은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이자, 심비오트 장르의 본질적 대립구도를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흥미로운 건, 카니지를 통해 베놈의 인간성과 정체성이 더욱 부각된다는 점이다. 극 중 에디가 "넌 괴물이 아니야"라고 말하는 장면은 단순히 감정적 클라이맥스가 아니라, 이 영화의 주제가 정리되는 순간이다. 베놈은 괴물인 동시에 친구이며, 공동체적 존재로 진화한 것이다.

3. 런타임, 액션, 쿠키… 그리고 MCU 연결 고리

《베놈 2》는 전반적으로 90분대의 짧은 러닝타임 속에 최대한 많은 것을 담으려 한다. 그 속도감은 장점이자 단점이다. 지루할 틈은 없지만, 일부 서브 캐릭터는 충분한 서사 없이 소모되는 경향이 있다. 특히 프랜시스(슈릭)의 캐릭터는 설정에 비해 그 역할이 약하게 느껴진다. 다만 영화는 자신이 추구하는 정서와 리듬에 매우 충실하다. 오히려 너무 많은 설명 없이 ‘질주하듯’ 흘러가는 흐름이 이 영화만의 리듬을 만든다.

액션 측면에서는 심비오트 간 전투의 진화를 확실히 느낄 수 있다. 베놈과 카니지의 싸움은 단순한 육탄전이 아니라, 물리적 한계를 벗어난 상상력의 충돌이다. 촉수와 몸체가 기하학적으로 분열되고 재조합되는 장면은 마치 미로 속에서 벌어지는 퍼포먼스처럼 보인다. 이는 히어로 장르에서 흔치 않은 미장센이며, 이 영화만의 시그니처다.

그리고 무엇보다 팬들을 흥분시킨 것은 바로 쿠키 영상의 존재다. 해당 장면에서 베놈은 단숨에 MCU와의 연결 가능성을 암시하며,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이 화면에 등장한다. 이 짧은 순간은 단순한 팬서비스를 넘어서, 앞으로의 마블 세계관에서 베놈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를 드러낸다. “멀티버스의 시초”, 그것이 이 영화가 가진 가장 커다란 서프라이즈다.

브로맨스와 괴수 액션, 그리고 멀티버스라는 키워드를 갖춘 《베놈 2》는 결코 완벽한 영화는 아니지만, 분명히 자기만의 방식으로 장르와 캐릭터를 밀어붙인 작품이다. 그리고 그 솔직한 접근 방식은, 이 영화가 평가보다 더 오래 기억될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