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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의 ‘마더’, 15년이 지나도 여전히 날카로운 이유

by nuar_insight 2025. 6. 30.

2009년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마더’가 2025년 다시 조명받고 있다. 지금 이 영화가 회자되는 이유, 그리고 시대를 초월한 메시지를 알아보자. 빠르게 ‘마더’ 리뷰를 원하시면 아래 버튼에서 확인하세요.

영화 마더 포스터

2009년, 봉준호가 던진 날카로운 질문

솔직히 말해, 봉준호 감독의 작품 중 ‘마더’는 상대적으로 대중적 인지도는 덜한 편이다. 하지만 영화 덕후라면 절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작품이다. ‘살인의 추억’‘괴물’ 사이, 그리고 ‘설국열차’기생충’ 사이에 존재하는 이 영화는, 감정의 밀도와 서사적 완성도 면에서 봉준호의 필모그래피 중에서도 압도적인 수작으로 평가받는다.

‘마더’는 겉으로 보면 단순하다. 지적장애를 가진 아들이 살인범으로 몰리자, 그의 엄마가 직접 진실을 파헤치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 영화를 따라가다 보면, 관객은 진실과 거짓, 사랑과 광기 사이를 미끄러지듯 오가며 도덕적 혼란에 빠지게 된다.

15년이 지난 지금, 2025년의 관객이 이 영화를 다시 들여다보는 이유는 단순한 추억의 소환이 아니다. ‘마더’가 지금의 현실과 맞닿아 있는 지점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엄마’라는 존재의 의미, 그 절대적 사랑이 어디까지 가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은 지금 더 절실하게 느껴진다.

‘마더’가 2025년에 다시 소환된 이유

2025년 상반기, 국내에서는 한 청소년 범죄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부모가 자녀를 끝까지 감싸려는 모습과, 자녀가 저지른 범죄에 대한 사회적 분노가 충돌하면서, '부모의 책임'과 '맹목적 사랑'에 대한 논쟁이 거세졌다. 이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회자된 영화가 바로 ‘마더’다.

‘마더’의 엄마(김혜자)는 세상의 어떤 것도 아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감당할 준비가 된 인물이다. 심지어는, 그 사랑이 정의를 덮고 진실을 외면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런 극단적인 모성의 모습이 지금 시대의 현실과 겹쳐지면서, 사람들은 다시 ‘마더’를 꺼내 보게 된 것이다.

또한, 봉준호 감독 특유의 '도덕적 모호함'이 지금 시대에 더욱 날카롭게 다가온다. 정의와 진실, 가족과 범죄의 경계가 모호해진 2025년, ‘마더’는 단순한 스릴러가 아니라 윤리적 미로로서 더욱 깊은 울림을 준다.

“엄마”는 정말 옳았을까?

김혜자 배우가 연기한 ‘엄마’는 그 어떤 영화 캐릭터보다 강렬하다. 그녀는 극단적이다. 다정한 듯 보이지만, 필요하다면 망설임 없이 윤리의 선을 넘는다.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모성’이 그녀에게는 무기이자 방패다.

그녀는 아들을 믿는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 믿음이라기보다, 믿고 싶다는 ‘희망’이다. 그렇기에 진실이 드러나도, 그녀는 그것을 부정한다. 많은 관객이 그녀를 응원하면서도 동시에 두려움을 느꼈을 것이다. “나도 저 상황이면 저럴까?”라는 질문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봉준호는 왜 이 영화를 만들었을까?

봉준호 감독은 ‘마더’에 대해 “모성이라는 절대적 사랑이 얼마나 위험한가를 탐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그의 사회적 시선, 인간에 대한 불신, 그리고 동시에 사랑에 대한 집착이 결합된 결과물이다.

그의 영화는 언제나 장르적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중심에는 인간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이 있다. ‘마더’는 스릴러지만, 실은 인간 드라마다. 어쩌면 봉준호는 이 영화를 통해 이렇게 말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당신이 믿는 사랑이 언제든 누군가를 파괴할 수 있다”고.

시대를 초월한 영화, ‘마더’의 힘

‘마더’는 2009년에도 시대를 앞섰다. 그리고 2025년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그것이 이 영화의 힘이다. 모성에 대한 무조건적 찬양 대신, 봉준호는 그 그림자를 본다. 그리고 그것이 현실의 우리에게도 더 필요하다. 지금도 우리는 수많은 사건 속에서 ‘가족’을 이유로 진실이 은폐되는 장면을 본다.

‘마더’는 그 속에서 조용히 말한다. “사랑은 정의를 이길 수 없다.” 이 영화가 불편한 이유는, 우리가 여전히 이 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하기 때문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