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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격의거인 실사판 리뷰 분석

by nuar_insight 2025. 7. 27.

2015년 실사 영화로 재탄생한 《진격의 거인》은 원작의 상징성과 세계관을 실사로 어떻게 구현했는지에 대한 도전이다. 영화 덕후의 시선에서, 이 영화가 왜 찬반이 극명하게 갈리는지, 어떤 포인트를 주의 깊게 봐야 하는지를 정리한다.

영화 진격의거인 포스터

1. 원작과의 거리감: 진격의 세계관을 담아내는 고충

《진격의 거인》 실사 영화는 원작 팬들에게 많은 충격과 논란을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그 중심에는 ‘원작과의 거리감’이 있다.

이사야마 하지메의 원작은 명백히 유럽풍 판타지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거대한 성벽, 독특한 복식, 정교한 설정과 캐릭터 간의 심리 싸움, 군국주의 비판 등 무게 있는 주제를 담아낸다.

하지만 실사판 영화는 일본이라는 실사 무대와 제작 환경의 한계를 가감 없이 드러낸다.

영화는 일본 배우들이 전원 출연하며, 배경도 실질적으로 일본 내 폐허 지역이나 공장 부지처럼 보인다. 이러한 설정 변화는 원작과의 괴리감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주요 인물 중 미카사는 설정상 '동양인'으로 설명되지만, 영화 속에서는 전원 동양인 캐스팅으로 인해 원작의 인종적 다양성과 상징성이 사라진다.

또한, 캐릭터들의 관계가 원작과는 많이 다르게 구성되어 있다. 예컨대 라이벌 구도를 담당하는 리바이가 사라지고, 오리지널 캐릭터인 ‘시키시마’가 등장한다.

이는 원작의 팬들에겐 당혹스러움을 안기지만, 영화만 본 관객들에게는 독립된 서사로 받아들여질 여지를 남긴다.

즉, 원작을 충실히 따라가는 실사화가 아니라, ‘진격의 거인’을 소재로 한 일본 SF 재해 영화에 가깝다는 점을 감안해야만 한다.

2. 거인의 표현력: 실사 CG의 경계와 불쾌함

《진격의 거인》의 핵심은 단연 ‘거인’의 존재다. 애니메이션과 만화에서의 거인은 압도적인 공포와 철학적 상징성을 지닌 존재였다.

하지만 실사판 영화는 이 거인들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재현했는가? 이 질문은 영화의 품질을 좌우하는 가장 큰 요소 중 하나다.

영화는 실제 배우들이 ‘거인’ 역할을 분장과 CGI를 통해 연기했다. 일부는 모션 캡처를 사용했고, 일부는 전통적인 특수 분장을 통해 구현되었다.

결과적으로 이 거인들은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의 대표적인 사례가 되었다. 생생하면서도 기괴한 거인의 얼굴, 어설픈 움직임, 무표정하면서도 기괴한 눈빛 등은 공포감을 유발한다.

이러한 표현은 어떤 면에서는 성공적이다. 원작에서도 거인은 무서우면서도 역겹게 그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실사적 표현이 어느 순간부터 웃음을 유발하거나 몰입감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특히 대형 거인의 등장 장면은 애니메이션에서의 장엄한 연출에 비해 다소 평이하다. 크기나 위압감은 있지만, 스케일감이 CG 퀄리티로 인해 상상보다 제한된다.

반면, 영화의 장점 중 하나는 거인의 공격 장면의 육체적 표현이다. 물리적으로 잡히고, 던져지고, 먹히는 인간들의 묘사는 매우 잔혹하고 리얼하다. 이는 B급 고어 영화의 요소와 충돌하면서 특이한 장르적 쾌감을 만든다.

3. 스토리와 메시지: 철학이 빠진 액션인가, 대중성을 위한 리부트인가

《진격의 거인》 실사 영화는 전반적으로 스토리 중심의 짜임새보다는 액션 중심의 직진형 서사를 택했다.

영화는 두 편으로 나뉘어 구성되며, 전편에서는 세계관 소개와 충격적인 거인의 습격, 주인공 에렌의 동기 형성이 이루어진다. 후편에서는 실험과 음모론, 거인의 비밀이 본격적으로 드러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원작에서의 철학적 요소 – 권력, 전쟁, 세대 갈등, 자유에 대한 성찰 등은 상당 부분 희석되었다.

그 대신 영화는 훨씬 직설적이고, 자극적이며, 때론 비논리적인 전개로 몰아간다. 예컨대 폭탄 설치, 내부 반란, 애정 관계 삽입 등은 한국 재난 영화와 유사한 정서를 풍긴다.

이는 분명한 단점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SF 재난 영화 장르에 익숙한 관객들에게는 오히려 쉽게 소비되는 영화로 작용할 수 있다.

더군다나 영화는 일본 사회의 집단주의적 트라우마 – 즉, 폐쇄된 세계 속의 절망감을 배경으로 깔고 있어, 일본 국내 정서와 맞물려 독특한 감정선을 형성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작의 가장 큰 철학적 질문인 “우리는 무엇을 위해 벽 너머를 향하는가?”라는 주제는 다소 가볍게 처리되며, 이는 아쉬운 부분이다.

✅ 총평 – 기대와 실망 사이, 그러나 도전은 유효했다

《진격의 거인》 실사판은 분명히 ‘완벽한 실사화’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오히려 원작과는 다른 방향성, 미완성의 스토리 구성, 제약된 제작 환경 속에서 파생된 결과물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작품은 한 시대의 상징이 된 작품을 실사로 구현하려는 도전정신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가치 있다.

원작 팬이라면 당황스럽고 때로는 분노할 수 있지만, 영화 덕후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 영화는 일본형 B급 장르 영화의 실험작으로써 나름의 완결성을 보여준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 작품을 단순한 실사화 실패작으로 기억하기보다, “실사화가 반드시 원작을 모방해야만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계기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바로 그 질문이야말로, 진격의 거인이 우리에게 주었던 첫 번째 질문과도 닮아 있다.

“당신은 벽 밖의 세계를 직시할 준비가 되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