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화제작 ‘커미션’, 거래와 욕망이 충돌하는 범죄 심리극. 치밀한 연출과 묵직한 주제의식, 영화 덕후 시선으로 깊이 있게 리뷰합니다.
거래의 이면, 신뢰는 누구의 것인가
2025년 상반기 한국 영화계를 뒤흔든 범죄 심리극 ‘커미션’은 단순한 사건 해결이 아닌, 사람과 돈, 욕망 사이의 복잡한 감정선을 깊숙이 파고든 작품입니다. 표면적으로는 사기, 커넥션, 뒷돈을 다룬 범죄물처럼 보이지만, 실제 영화가 펼쳐내는 서사는 ‘인간 본성에 대한 탐구’에 더 가깝습니다. 이야기는 한 재력가의 죽음을 둘러싼 수수께끼 같은 거래 기록과 사라진 커미션 300억을 추적하는 이야기입니다. ‘커미션’이라는 단어는 단순한 중개 수수료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그 속에는 관계, 약속, 배신, 그리고 인간의 본질이 숨겨져 있죠. 주인공 ‘장서준’(이병헌)은 거래 중개자로서 성공을 꿈꾸던 인물입니다. 그는 말 그대로 ‘사람을 설득해 돈을 움직이는 직업’을 가진 셀즈맨이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점점 그가 거래한 건 돈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이었음을 드러냅니다. 이 영화는 확실한 악당 없이, 누구나 타당한 욕망을 가지고 움직이고, 누구의 말이 더 진실인지 관객조차 헷갈리게 만듭니다. 대사 속에 숨겨진 복선, 조여오는 긴장 구조—all이 치밀하게 설계되어 있으며, ‘신뢰’라는 계약의 허약함을 고발하는 작품입니다.
배우들의 시선, 감정보다 날카롭다
‘커미션’은 심리극입니다. 대사보다 시선, 감정보다 표정이 핵심입니다. 이병헌은 ‘장서준’의 양면성을 깊은 눈빛으로 표현합니다. 정중한 미소 속에 감춰진 위협, 말없이 상대를 밀어붙이는 긴장—all이 그의 얼굴과 눈빛으로 설명됩니다. 전도연은 투자자 ‘최미란’으로 등장하여 냉철한 카리스마와 인간적인 연민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그녀의 내면 연기는 이 영화의 또 다른 중심축이자 균형점입니다. 특히 두 인물이 마주하는 장면들은 긴 대사가 없어도 긴장감이 극에 달합니다. 서로의 말보다 시선을 읽어야 이해되는 심리전, 그 내공이 놀랍습니다. 영화 덕후로서 강조하고 싶은 건, ‘커미션’은 표면 연기보다 내면 연기의 향연이라는 점입니다. 관객이 그 눈빛과 무표정 속 의미를 해석해내야 비로소 완성되는 영화이죠.
연출과 톤, 무채색의 미학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인간의 욕망과 선택을 색감과 구조, 음악과 편집으로 시각화합니다. 전체적으로 영화는 무채색 톤, 회색과 짙은 청색을 주조로 삼아 도덕적 모호함을 상징합니다. 카메라 워크는 정적인 고정숏이나 느린 트래킹으로 구성되어, 관객이 인물의 내면을 관찰자 시점으로 바라보도록 유도합니다. 음악은 매우 절제되어 있으며, 중요한 장면에서는 오히려 음악이 사라지기도 합니다. 무음의 긴장감은 관객을 더욱 몰입하게 만듭니다. 편집 역시 컷이 길고, 대사 끝나고 다음 숏이 천천히 이어지며 침묵의 의미를 부각시킵니다. 이 모든 연출적 선택은 결국 영화의 주제—‘진짜 거래는 숫자 안에 있는 것이 아니다’를 더 강하게 드러내는 장치입니다. 덕후 입장에서는 이 영화가 시각적, 구조적, 심리적으로 모두 정밀하게 설계된 작품이라는 점에서 강하게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