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스틱4: 새로운 출발》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에서 새롭게 재시작된 리부트 작품으로, 2000년대의 유쾌함과 2015년의 실험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은 세 번째 도전작이다. 이번 리뷰에서는 영화 덕후의 관점으로 판타스틱4가 왜 이제야 진짜 “시작”됐는지, 어떤 점이 향후 MCU에 변화를 줄 수 있는지 깊이 있게 풀어본다.
1. 드디어! 제대로 된 판타스틱4의 탄생
영화 《판타스틱4: 새로운 출발》은 말 그대로 "새로운 시작"이다.
사실 그동안 판타스틱4는 마블의 가장 오랜 히어로 그룹임에도 불구하고 영화화에선 계속 삐끗해왔다.
2005년과 2007년의 영화는 당시에는 나름의 인기작이었지만, 유치한 유머와 얕은 캐릭터 설정, 특히 닥터 둠의 허술한 묘사 등으로 인해 깊이 있는 슈퍼히어로물로 평가받긴 어려웠다.
2015년 리부트는 더 암울했다. 설정은 야심찼지만, 연출과 각본이 모두 아쉬운 결과로 이어졌고, 결국 판타스틱4는 ‘실패한 프랜차이즈’라는 오명을 안게 되었다.
그러던 중 마블 스튜디오가 드디어 판타스틱4를 직접 제작하며 새로운 리부트를 선언했다.
《판타스틱4: 새로운 출발》은 MCU의 페이즈 6 시작을 알리는 작품이자, 오리지널 히어로 팀의 귀환을 의미하는 상징적인 영화다.
이번 영화는 기존 두 버전과 완전히 다른 접근을 한다.
유쾌하거나 어둡기만 한 방향이 아니라, 가족 드라마적 요소와 SF 요소를 균형 있게 담아냈다.
존 크라신스키 감독의 연출은 놀랍도록 침착하고 세련됐다.
과한 CG로 감정을 덮지 않고, 캐릭터의 정체성과 관계성을 먼저 다듬은 후 액션과 설정을 차근차근 풀어나간다.
특히 리드 리처즈(미스터 판타스틱)의 ‘고뇌하는 천재’로서의 모습은 이전 작품들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다.
그는 단순히 늘어나는 몸의 소유자가 아니라, 자기 죄책감과 실패에 짓눌리는 리더이자 과학자다.
벤 그림(더 씽) 역시 육체적 고통만이 아니라, 존재 자체의 괴리감을 연기하며 관객에게 진한 감정을 안긴다.
조니 스톰(휴먼 토치)은 여전히 반항적이지만, 그 안에 불안과 갈망이 살아있다.
그리고 수 스톰(인비저블 우먼)은 단순히 팀을 잇는 고리 역할이 아니라 진정한 리더십의 중심으로 그려진다.
즉, 이번 작품은 "능력"이 아니라 "사람"을 먼저 보여주는 슈퍼히어로 영화다.
바로 그 점이 이제야 진짜 판타스틱4의 시작이라는 느낌을 주는 이유다.
2. 닥터 둠의 귀환 – 악역의 품격이 살아났다
판타스틱4의 진정한 성공 여부는 사실 히어로보다도 "닥터 둠"에게 달려 있었다.
이번 작품은 빅터 본 둠을 단순한 악당이 아니라 비극적인 천재로 묘사하며, 관객을 강하게 끌어당긴다.
닥터 둠은 라트베리아라는 허구의 국가에서 전쟁과 정치의 혼란 속에서 성장한 인물로 등장한다.
그는 리드 리처즈와 과거 학문적 동료였으며, 이제는 이론적 가치가 아닌 "힘"으로 세계를 구하겠다는 왜곡된 신념을 가진 인물이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닥터 둠이 자신만의 논리와 철학을 가지고 행동한다는 점이다.
그는 단순히 세계를 파괴하려 하지 않는다.
자신만의 질서를 구현하려는 독재자이자 철학자이며, 그 목적을 위해 어떤 희생도 감수할 준비가 된 자다.
그를 연기한 라미 말렉은 섬세한 내면 연기와 서늘한 카리스마를 모두 잡아내며, 이전 어떤 판타스틱4보다 강렬하고 설득력 있는 빌런을 완성했다.
그의 대사는 종종 리드 리처즈를 거울처럼 반사하며, 두 인물의 대립을 단순한 싸움이 아닌 "이념과 도덕의 충돌"로 승화시킨다.
이러한 닥터 둠의 복잡한 설정은 이 영화의 깊이를 확실히 끌어올리는 요소다.
그는 단지 이번 영화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며, 향후 MCU 전체에 위협이 될 만한 잠재력을 지닌 캐릭터다.
3.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확장 가능성
《판타스틱4: 새로운 출발》은 단독 영화로서도 뛰어나지만, MCU의 세계관 확장이라는 측면에서도 중요한 발판을 제공한다.
영화는 멀티버스 개념을 무리 없이 도입하면서도, 이전 작품들처럼 과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자연스러운 대사와 설정을 통해 관객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해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특히 리드 리처즈의 대사 중
“우리는 한 우주의 해답이 아니라, 모든 우주의 변수다.”
라는 대사는 향후 마블의 멀티버스 계획을 요약하는 철학이자 복선이다.
영화 말미에 등장하는 쿠키 영상에서는 실버 서퍼의 그림자와 함께 "갤럭투스"의 존재가 살짝 언급되며, 향후 코스믹 유니버스 확장 가능성을 시사한다.
즉, 이번 영화는 단지 팀의 시작이 아니라, 마블 세계관이 다시 ‘우주적 스케일’로 돌아갈 준비가 되었음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엑스맨 세계관과의 접점도 암시된다.
수 스톰이 연구 중인 ‘유전자 돌연변이 사례’ 속에 ‘세레브로’라는 단어가 언급되며, 마니아들의 기대감을 끌어올린다.
즉, 이 영화는 단순히 판타스틱4의 부활이 아니라, MCU가 다시금 "탐험과 확장"의 페이즈로 진입했음을 선언하는 작품이다.
그리고 그 시작점에 ‘판타스틱4’가 서 있다는 사실은, 이 팀이 얼마나 중요한 상징인지를 다시금 입증한다.
✅ 총평 – 진짜 ‘판타스틱’한 시작
《판타스틱4: 새로운 출발》은 마블이 오래전부터 붙잡고 있던 퍼즐 조각 하나를 비로소 제대로 맞춘 영화다.
- 캐릭터의 입체성
- 닥터 둠이라는 걸출한 악역
- 세계관 확장의 기점
- 감성, 유머, 액션의 균형 잡힌 연출
이 모든 요소가 어우러져, 마블 팬이라면 누구나 만족할 수 있는 서사를 완성했다.
판타스틱4는 더 이상 실패한 IP가 아니다.
이제는 MCU를 새롭게 이끌어갈 핵심 축이며, 우리는 이 팀의 여정을 다시금 기대하게 되었다.
영화 덕후로서 나는 이 영화를 한마디로 이렇게 요약한다.
“드디어 판타스틱4가, 진짜로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