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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이탄》 리뷰 – 충격을 넘어선 서정성, 인간성을 향한 이야기

by nuar_insight 2025. 6. 22.

 

영화 타이탄 포스터

올해 영화계에서 《타이탄》이 유독 이슈가 되는 이유는,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작품이면서도 그 전개와 이미지, 상징이 워낙 파격적이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는 혐오스럽다고 말하고, 또 어떤 이는 감동적이었다고 말합니다. 저 역시 호기심과 불안함이 섞인 마음으로 이 영화를 보았고, 보고 난 지금은 단언할 수 있습니다. 이 영화는 한 번 보고 나면 쉽게 잊을 수 없는 ‘신체의 영화’라는 걸요.

🎬 《타이탄》 리뷰 – 줄거리, 충격을 넘어선 서정성, 그리고 인간성을 향한 몸의 이야기

올해 영화계에서 《타이탄》이 유독 이슈가 되는 이유는,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작품이면서도 그 전개와 이미지, 상징이 워낙 파격적이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는 혐오스럽다고 말하고, 또 어떤 이는 감동적이었다고 말합니다. 저 역시 호기심과 불안함이 섞인 마음으로 이 영화를 보았고, 보고 난 지금은 단언할 수 있습니다. 이 영화는 한 번 보고 나면 쉽게 잊을 수 없는 ‘신체의 영화’라는 걸요.

1. 줄거리 – 쇠붙이에 심장을 맡긴 여자, 정체불명의 남자 그리고 그들의 기묘한 동거

《타이탄》은 단순히 줄거리만 요약하면 전혀 감이 오지 않는 영화입니다. 주인공 ‘알렉시아’는 어릴 적 교통사고로 두개골을 크게 다치고, 머리에 티타늄 플레이트(타이탄)를 삽입합니다. 그때부터 그녀의 신체는 점점 금속과 결합하는 듯한 기묘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성인이 된 알렉시아는 자동차 쇼에서 무희로 일하고, 밤에는 연쇄살인을 저지르며 살아갑니다. 그녀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영화는 친절하게 설명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카메라는 그녀의 몸과 감정을 조용히 따라가며, 마치 관객에게 묻는 듯합니다. "너는 이 고통과 결핍을 어떻게 채울 수 있을까?"

결정적인 사건은 알렉시아가 경찰에 쫓기다 자신의 외형을 바꾸고 ‘남자 아이’로 위장한 뒤, 실종된 소년의 아버지 ‘뱅상’에게 입양되는 상황에서 시작됩니다. 뱅상은 그녀가 아들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받아들이고, 알렉시아 또한 그와 함께 지내며 처음으로 무언가를 ‘받는’ 감정을 경험합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범죄 영화도 아니고, 전형적인 스릴러도 아닙니다. 몸, 성, 정체성, 사랑, 폭력, 돌봄... 모든 것이 혼재된 서사 속에서, 두 사람은 서로를 통해 어떤 결핍을 메워나가고 있었습니다.

2. 충격을 넘어선 감정 – 피와 금속의 영화가 눈물로 끝나는 이유

처음엔 나 역시 《타이탄》의 잔인한 이미지에 당황했습니다. 알렉시아가 저지르는 폭력은 일말의 주저도 없고, 카메라도 가차 없이 보여줍니다. 신체 훼손, 피, 이상한 육체 반응들. 초반 30분은 거의 무언가를 버티는 느낌으로 보게 되었죠.

그런데 이상하게도, 영화가 진행될수록 이 ‘폭력’은 그 자체로 목적이 아님을 깨닫게 됩니다. 알렉시아는 세상과 단절된 몸을 가진 사람입니다. 그녀가 세상과 연결되는 방식은 너무 왜곡되어 있었고, 그것은 오히려 그녀의 고통과 외로움의 반영처럼 느껴졌습니다.

특히 뱅상과의 관계에서 알렉시아가 보여주는 변화는 조용하지만 확실합니다. 그녀는 여전히 말이 없고, 가짜 신분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뱅상의 체온을 느끼며 처음으로 "돌봄"이라는 것을 경험합니다. 뱅상 역시 알렉시아가 진짜 아들이 아님을 알면서도, 그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아버지’가 되려 합니다.

영화의 후반, 둘 사이에 생기는 기묘한 애착은 단순한 가족 이상의 무언가입니다. 그리고 엔딩에서 맞이하는 어떤 ‘탄생’은, 처음엔 기괴하게 느껴지지만, 곧 묵직한 감정으로 이어집니다. 상처 입은 두 개의 몸이 서로를 받아들이고, 결국 새로운 생명으로 이어지는 그 결말은, 눈물이 날 만큼 아름다웠습니다. 정말입니다.

3. 인간이라는 존재는 결국 몸으로 이해받고 싶어 한다

《타이탄》은 머리로 이해하는 영화가 아닙니다. 대사도 적고, 설명도 없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몸이 먼저 반응하게 됩니다. 등골이 서늘해지고, 마음이 쿵 하고 내려앉습니다.

영화 속에서 ‘몸’은 단순히 생물학적 형태가 아니라 정체성과 고통, 욕망과 사랑을 담고 있는 그릇입니다. 알렉시아는 성별이 바뀌고, 외형이 변해가면서도 점점 더 인간다워지고, 뱅상은 근육으로 감춘 고통 속에서 부드러움을 찾아갑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뱅상이 주사 중독과 노화에 시달리면서도 끝까지 누군가를 안아주는 장면들이었습니다. 그의 몸은 부서져가지만, 마음은 더 따뜻해지는 아이러니. 그리고 알렉시아의 몸은 점점 금속처럼 변해가지만, 그녀 안에서 생명이 자란다는 설정 자체가 너무 강렬한 역설이었습니다.

결국 영화는 말합니다. “우리는 서로의 몸을 통해 사랑을 주고받는다.” 그것이 피투성이든, 금속이든, 상처투성이든 간에 말이죠.

🔚 감상 마무리

《타이탄》은 분명 보기 쉬운 영화는 아닙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며 저는 묘한 해방감을 느꼈습니다. 정상과 비정상, 남성과 여성, 가족과 타인. 이 모든 경계가 무너지는 지점에서, 비로소 진짜 ‘관계’가 시작되는 걸 보았기 때문입니다.

극장을 나서며 저는 조금은 혼란스러웠고, 또 많이 흔들렸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 하나는 분명했습니다. 이 영화는 ‘이해’가 아니라 ‘수용’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 감정은 아주 오래 남았습니다.